누가복음 누가복음 / 정인범 누가 저 태양에 담뱃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 이미 길바닥에 던져진 담배 한 개비 정오의 태양은 머리꼭대기 위에 그 뜨거운 마력의 불화살을 날리고 한 점 구름 없는 허공 비둘기조차 날개를 접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찢어진 엄지손가락으로 불어 터진 손잔등.. 詩와 人生/詩 2013.08.31
자화상 자화상 / 정인범 탄식 속에 푸른 꿈이 영글어 갈 제 땅거미 지는 언덕배기 할미꽃이 애달파라 긴 세월 흔적 없음은 無心인가 他心인가 아득히 먼 저곳 그 빛깔 그 발자국 소리 詩와 人生/詩 2013.04.14
천사의 날개 천사의 날개 / 정인범 바람의 속삭임에 따라 옷깃을 여미고 길을 나선다 핏줄에서부터 타오르는 증오도 허구 속에 묻어둔 채 총구로 사람을 평가하는 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궤멸을 맛보는 것처럼 우리는 인간적 양심과 자존심 때문에 껄떡 숨을 몰아쉬며 떠나는 것이다 무한의 길을 가다.. 詩와 人生/詩 2012.01.08
침묵이 종을 울릴 때 침묵이 종을 울릴 때 / 정인범 태양 빛이 광활한 공간 사이로 나뭇잎들이 흘러간다 구름과 바다가 맞닿은 그곳엔 한 시절의 변절자가 마침표를 들고 누웠는데 세월은 무리진 별들의 푸른 장막에 갇혀 영원의 뼛속까지 갉아 먹는 거머리같이 집행자의 절박한 욕구를 수행한다 타락한 세상.. 詩와 人生/詩 2011.12.13
인생 인생 / 정인범 햇빛 쏟아져 내리는 굽은 길이 허영덩어리 앞가슴처럼 부풀어 올라 신기루 마냥 시선 끝에 걸려 있다 그 위로 수없는 혀들의 가시 돋친 언어가 장송곡이 되어 울려 퍼지고 허공에 뱉어진다 기적이 죽어버린 땅에도 우연의 꽃은 피고 향기를 뿜지만 못다 한 세월은 깊은 사.. 詩와 人生/詩 2011.11.10
절망의 노래 절망의 노래 / 정인범 천국에서 갑자기 지옥으로 굴러떨어질 때 순간, 고뇌의 불똥이 튄다 신의 손짓에 따라 벌거벗은 몸뚱어리는 아무것도 감출 수가 없다 이성이 의식을 잃었을 때 영혼의 색깔까지도 떠돌이 개처럼 슬픈 표정을 짓고 날 선 발톱을 감춘다 행운의 여신이여, 당신은 어이.. 詩와 人生/詩 2011.10.14
독백 독백 / 정인범 여기 당신을 사랑하는 부끄러운 한 시인의 흐느낌이 있다 이젠 더 이상 사랑의 말을 할 수 없는 벙어리가 있다 꺾어진 코스모스와도 같이 연필은 부러져 있다 마음은 타다 남은 검은 장작개비처럼 불꽃은 사라지고 시꺼먼 그을음만 쌓인다 얄궂은 장맛비가 가슴을 적실 때 .. 詩와 人生/詩 2011.10.05
조각배 조각배 / 정인범 빈집 빈 항아리처럼 덩그러니 홀로 남은 조각배 함성의 날들은 가고 백사장 모퉁이에 널브러져 있다 서산 머리 지는 해는 임의 발길 재촉하고 황량한 바닷가 찬바람이 쏠쏠하다 오가는 세월 따라 청춘도 가고 피고 지며 타는 노을 꽃 물결 위에 애잔한데 꿈 잃은 조각배 .. 詩와 人生/詩 2011.09.28
이름 이 름 / 정인범 별빛 내려와 마음에 차고 고독한 소리 있어 파도 울지요 사랑의 이름으로 탄생한 이름 하염없이 나는 불러 봅니다 하늘이여 땅이여 내 사랑이여 아름다운 영혼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행동하는 양심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사랑의 이름으로 탄생한 당신의 이름 고귀한 내 사.. 詩와 人生/詩 2011.09.24
새벽 새벽 / 정인범 어둠 속을 조심스레 걸어나가자 성당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에 높은 하늘엔 아직도 별빛이 차고 그 중심에 십자가가 서 있다 들고양이들의 의젓한 걸음걸이가 산새들을 깨우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잠자는 파도를 불러온다 쥐 섬 등대에 불이 꺼지면 고깃배 갈매기 포구로.. 詩와 人生/詩 2011.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