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人生/詩

인생

세월이 가면 2011. 11. 10. 10:00

 

    인생 / 정인범 햇빛 쏟아져 내리는 굽은 길이 허영덩어리 앞가슴처럼 부풀어 올라 신기루 마냥 시선 끝에 걸려 있다

    그 위로 수없는 혀들의 가시 돋친 언어가 장송곡이 되어 울려 퍼지고 허공에 뱉어진다 기적이 죽어버린 땅에도 우연의 꽃은 피고 향기를 뿜지만 못다 한 세월은 깊은 사연만 남기고 십자가 아래 묻힌다 그때 약속의 땅은 허깨비 심장 언저리에서 천둥 치듯 인생의 귓불을 두드리다가 갓난아기처럼 울음을 터뜨린다 신의 입김으로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 수 없다는 걸 믿는 자가 꿈이라는 형벌이 어둠 속으로 기어들 때 슬그머니 마법의 껍질을 벗겨버렸다 심술쟁이 신발만 운명처럼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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