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정인범
햇빛 쏟아져 내리는 굽은 길이
허영덩어리 앞가슴처럼 부풀어 올라
신기루 마냥 시선 끝에 걸려 있다
그 위로
수없는 혀들의 가시 돋친 언어가
장송곡이 되어 울려 퍼지고
허공에 뱉어진다
기적이 죽어버린 땅에도
우연의 꽃은 피고 향기를 뿜지만
못다 한 세월은 깊은 사연만 남기고
십자가 아래 묻힌다
그때
약속의 땅은
허깨비 심장 언저리에서
천둥 치듯 인생의 귓불을 두드리다가
갓난아기처럼 울음을 터뜨린다
신의 입김으로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 수 없다는 걸 믿는 자가
꿈이라는 형벌이 어둠 속으로 기어들 때
슬그머니 마법의 껍질을 벗겨버렸다
심술쟁이 신발만 운명처럼 남겨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