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人生/詩

천사의 날개

세월이 가면 2012. 1. 8. 13:35
    천사의 날개 / 정인범
    바람의 속삭임에 따라 옷깃을 여미고 길을 나선다 핏줄에서부터 타오르는 증오도 허구 속에 묻어둔 채 총구로 사람을 평가하는 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궤멸을 맛보는 것처럼 우리는 인간적 양심과 자존심 때문에 껄떡 숨을 몰아쉬며 떠나는 것이다 무한의 길을 가다 해 질 녘이 오면 신의 제단 위로 몽환적 하늘이 열리고 핏빛처럼 붉은 노을이 탄다 무의식 속에 가는 세월은 인간을 성숙하게 하지만 삶의 언저리에서 절대적 진실 속에서 갑자기 세상을 등진다는 건 아무것도 가져갈 시간도 없이 수다쟁이의 잊힌 언어와도 같이 비밀스럽게 먼 길을 떠난다는 건 지닐 수 없는 영혼의 무게로부터 도망자가 되는 것 파수꾼의 기다림도 외면한 채 자유의 날개를 달고 우리는 비로소 천사가 된다 그즈음, 문득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에 밤이 적막하게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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