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人生/詩

절망의 노래

세월이 가면 2011. 10. 14. 20:08

 

 

 

  

 

  

     

    절망의 노래 / 정인범

     

    천국에서 갑자기

    지옥으로 굴러떨어질 때

    순간, 고뇌의 불똥이 튄다

    신의 손짓에 따라

    벌거벗은 몸뚱어리는 아무것도

    감출 수가 없다

     

    이성이 의식을 잃었을 때

    영혼의 색깔까지도

    떠돌이 개처럼 슬픈 표정을 짓고

    날 선 발톱을 감춘다

     

    행운의 여신이여, 당신은 어이해

    후미진 아궁이 속 타다남은 장작개비 위에

    죽치고만 있는가

    고결한 인간성이 극심한 번뇌에 지쳐

    쓰레기더미에 무너져 내릴 때

    멸시받은 영혼은 뱀처럼

    꽈리를 튼다

     

    자연의 부름에 응답하는 태초의 신께

    맛깔스러운 저 달을 따다 바치겠소이다

    보소서, 나는 바퀴 없는 수레

    무한궤도의 발통을 잃었나이다

     

    침묵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얼룩진 영혼의 중얼거림이

    진흙탕 위에 반짝이는 이슬방울처럼

    돌 같이 차가운 마음에 불씨를 지폈다

    뼈를 갉아 먹는 두려운 기억 저편에

    파멸을 딛고 일어선 천사의 분노가

    마치 구세주처럼 버티고 서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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