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노래 / 정인범
천국에서 갑자기
지옥으로 굴러떨어질 때
순간, 고뇌의 불똥이 튄다
신의 손짓에 따라
벌거벗은 몸뚱어리는 아무것도
감출 수가 없다
이성이 의식을 잃었을 때
영혼의 색깔까지도
떠돌이 개처럼 슬픈 표정을 짓고
날 선 발톱을 감춘다
행운의 여신이여, 당신은 어이해
후미진 아궁이 속 타다남은 장작개비 위에
죽치고만 있는가
고결한 인간성이 극심한 번뇌에 지쳐
쓰레기더미에 무너져 내릴 때
멸시받은 영혼은 뱀처럼
꽈리를 튼다
자연의 부름에 응답하는 태초의 신께
맛깔스러운 저 달을 따다 바치겠소이다
보소서, 나는 바퀴 없는 수레
무한궤도의 발통을 잃었나이다
침묵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얼룩진 영혼의 중얼거림이
진흙탕 위에 반짝이는 이슬방울처럼
돌 같이 차가운 마음에 불씨를 지폈다
뼈를 갉아 먹는 두려운 기억 저편에
파멸을 딛고 일어선 천사의 분노가
마치 구세주처럼 버티고 서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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