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人生/詩
독백 / 정인범 여기 당신을 사랑하는 부끄러운 한 시인의 흐느낌이 있다 이젠 더 이상 사랑의 말을 할 수 없는 벙어리가 있다 꺾어진 코스모스와도 같이 연필은 부러져 있다 마음은 타다 남은 검은 장작개비처럼 불꽃은 사라지고 시꺼먼 그을음만 쌓인다 얄궂은 장맛비가 가슴을 적실 때 그리움은 죽어버렸다 인생의 한 귀퉁이에서 어쩌자고 나는 맴을 도는가 부끄러운 한 사내의 아우성만이 당신을 향하여 메아리 되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