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그네 / 정인범
산봉우리는 노을빛 따라 반짝이고
찬바람에 상실된 단어들의 노랫소리
산마루 그루터기에 몸부림 져 누웠는데
도착지 잃은 길손의 배낭엔
우수만 가득하다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여
그대 또한 먼 길 떠나면
고통스러운 열망과 비천한 번뇌에
순결한 붉은 피 영혼을 적시리니
임이여 제발 눈물을 거두소서
잊혀진 사랑에도 정은 남는가
때로는 활화산처럼 깨어지고 찢어져
절대행동의 폭발성을 요구한다
쉰 고개 너머 긴 그림자 돌아볼 제
귓등 때리는 갈까마귀 울음소리
저 한 세월 목덜미 빗겨가는데.